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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봄 경치 구경(賞春) / 이유원(李裕元) 1881년 거제면.
花間看蝶舞 곱게 핀 꽃잎 사이로 나비 춤추고
柳上聽鶯聲 버들 푸른 가지 위 꾀꼬리 울고나.
羣生皆自樂 춤추고 노래하고 저리 좋으니
最是愛民情 봄을 만나 백성들도 즐거워하네.
완연한 봄, 각종 꽃들이 만연하다. 버드나무 푸른 가지 위에는 꾀꼬리 울고 꽃들 사이로 나비 춤춘다. 긴 겨울의 터널에서 빠져나온 봄, 꽃과 나비 백성들도 모두 흥겹다. 이유원은 거제 역사상 가장 호사스런 귀양살이를 하신 분으로 영의정까지 오른, 그도 거제민의 생기발랄한 모습에 덩달아 즐겁다.
2). 보슬비에, 작약과 붉은 해바라기 두 본을 옮겨 심었다(小雨 移栽芍藥紅葵兩本). 1559년 정황(丁熿) 고현동. / 붉은 작약과 해바라기 꽃은 임금을 향한 충성스런 지조, 즉 붉은 뜻을 보였다는 의미이다.
羣芳落盡近淸和 뭇 꽃들이 다 진 뒤, 맑고 고운 4월이 다가오니
蘿葍蔓菁亦有花 무우와 순무 또한 꽃이 피었네.
今朝小雨移新本 오늘 아침 보슬비에 새 뿌리 옮겨 심으니
芍藥紅葵次第佳 작약과 붉은 해바라기 차례로 아름답다.
[주] 청화(淸和) : 중국에서는 음력 4월을 청화월(淸和月 맑고 고운 달)이라 속칭한다.
3). 거제 꽃바람(花風). 이행(李荇)에게(贈擇之). 최숙생(崔淑生) 1506년 봄 장평동.
祗見靑山不見村 마을은 보이지 않고, 보이는 건 푸른 산,
漁郞無路覓桃源 어부는 도화원(무릉도원) 가는 길을 찾지 못하네.
丁寧爲報東風道 정녕코 봄바람의 고마움을 갚으려 한다면
莫遣飛花出洞門 흩날리는 꽃잎, 동구 밖으로 보내진 말라.
작가 최숙생은 이 한편의 절구 속에 그의 귀양살이의 온갖 고뇌를 담아냈다. “내가 있는 곳은 외딴 곳(장평)이라, 고을읍치(고현성)가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푸른 숲만 보인다. 어부는 언제나 그러하듯이, 무릉도원을 알지도 못하고 삶을 살 뿐이다. 여기는 고을로 들어가는 길을 찾지 못할 정도로 후미진 곳은 아니나, 봄바람이 지나는 길에 나를 위한다고, 꽃잎을 동구 밖으로 보낼 정도로 소문나게 하지 말라.” 결국 서정적 자아가 그리고 있는 곳은 바로 유배 살던 거제도 고현만 앞바다 장평 배소를 나타내며, 작가의 내면세계를 설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꽃을 피게 한 것은 고마운 봄바람이지만, 봄바람이 또한 꽃을 떨어뜨려 날리면서, 여기저기를 소식과 소문을 전한다. 꽃을 피게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조정에서 활짝 핀 거제 꽃소문을 듣고 혹시 사약이라도 내릴까? 하는 두려운 속내가 담겨 있다. 유배 3년째, 거제도의 자연과 삶에 함께 유배된 여러 학자들과, 평온한 삶속에 동화 적응되어, 거제도에 흔한 말까지 구입하여 거제 비경을 즐기며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이때, 또 다른 정치적 역정으로 자신이 누리는 행복이 깨어질까 염려스러운 마음을 표현한 유배 시(詩)이다.
4). 산유화(山有花) / 이유원(李裕元).
山上有花花下山 산 위엔 꽃 피었고 꽃 아래엔 산인데
一腔欲斷淚潸潸 창자가 끊어질 듯 눈물 줄줄 흐르네.
洛東江水無窮極 낙동강 푸른 물 끊임없이 흘러가니
碧恨隨流去不還 한(恨) 머금은 푸른 물결 돌아오지 않네.
숙종(肅宗) 무인년(1698)에 선산(善山)에 사는 양민의 딸 향랑(香娘)이 일찍 과부가 되었는데, 친정 부모가 그녀를 개가(改嫁)시키려 하자 향랑은 산유화가(山有花歌)를 짓고 나서 낙동강(洛東江)에 몸을 던져 죽었다. 그 가사에, “머리 돌리니 낙동강 물 푸르구나.[回首洛東江水碧]”라는 등의 말이 있다.
5). 화경(花徑) / 이행(李荇) 1506년 상문동.
無數幽花隨分開 무수한 이름 없는 꽃 저마다 피어있고
登山小逕故盤廻 산 오르는 작은 길은 짐짓 구부러져 있다
殘香莫向東風掃 남은 꽃향기 봄바람 향해 쓸지 말아라
倘有閑人載酒來 혹 한가한 사람 술 가지고 올지도 모르니..
6). 봄풀을 밟고 거닒(踏靑) / 정황 고현동.
杏花欲落桃花發 살구꽃 지려니 복숭아꽃 피는데
九十天心不已中 90일 봄날이 이미 반을 넘었네.
策馬山前狂欲走 산 앞에서 말을 몰아 미친 듯이 달리고자 하나
奈何南北又西東 남북과 동서가 있으니 어찌할까나.
7). 사찰 앞에 핀 살구꽃 한 가지를 꺾어 책상 위, 병에 꽂아 두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를 짓는다(寺前有杏花 折一枝揷甁置案上 欣然有作) / 김진규 거제면 동상리.
古寺樓頭杏萼紅 고찰의 누각 위 살구꽃이 붉게 피어
一枝攀折倩山童 산골아이 데려다가 가지하나 꺾었다.
銅甁貯水滋芳蘂 물을 담은 구리 병에 꽃이 매우 아름다워
丈室關門護晩風 거실 문을 닫고 늦바람 막았다네.
彷彿鼻參薝蔔裏 치자 꽃의 냄새와 흡사하며,
渾疑身在雨花中 마치 꽃비가 내 몸에 내리는 듯하다.
俄驚春雪紛紛散 갑자기 놀랍게도 눈앞에 봄눈이 흩날려,
頓覺人間色是空 인간이 보는 색(色)이 곧 공(空)임을 알겠네.
[주] 색시공(色是空) : 색공불이(色空不二), 색과 공이 둘이 아니고 하나임. 모든 물질적 현상인 색(色)은 환각으로 인해 생긴 것일 뿐, 본래 텅 비어 없는 것, 곧 공(空)이다. 공이 환각으로 인해 색이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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