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연 윤원기/수자원공사

요즘 봄비가 너무 잦다. 산불 걱정이 없어서 다들 좋다고 한다. 비오는 날 지심도에 가보겠다는 맘을 먹은지 한달만에 홀로 갔다. 우산도 없이 보슬비를 맞으며 걸었다. 선착장에서 작년에 지어진 자가발전소 쪽으로 우선 방향을 잡았다. 앞에 걸어가는 사람들은 중년부부 몇쌍, 친구분들과 삼삼오오이다. 다들 즐거운 모습이다.

그렇다 지심도는 사랑의 섬이다. 섬을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이얘기 저얘기 나눈다.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흥얼 거린다. 이리 가도 저리 가도 좋다. 동백숲터널을 가고 해안가에도 간다. 세시간정도면 걸어서 지심도를 한바퀴 다 돌 수 있다. 비행활주로의 그네 의자에 앉아 하늘과 바다에 가까이 간다. 해안선전망대에서는 사랑을 속삭인다. 오랫동안 앉아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본다.

▲ 지심도 소경

명상의 섬이다. 하루종일 걷다가 머물다 하늘을 보다 바다를 보다 책을 보다 시를읊다 노래를 부르다 편지를 쓰다 전화를 하다 자기를 찾다 친구를 그리워하다....혼자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물만 가지고 가면 더 좋다. 약간의 책을 가져가도 좋다. 밤하늘이 보고싶다면 하루 머물을 수 있다. 사랑의 상징인 동백나무가 주종을 이루지만 바람과 대화하는 대나무숲이 있다. 대나무의 푸르름은 자신을 다시 볼아 보게 하는 명상의 시간을 선사한다. 소나무도 간혹 있어 눈오는 날 “김정희 세한도”가 상상되기도 한다. 미국 철학가 소로우가 호수가에 머물면서 썼다는 자연일기 월든처럼 좋은 글이 나올 것을 기대 해본다.

▲ 지심도에 일제가 만들어 놓은 포진지

역사의 섬이다. 일본 점령과 2차 세계대전의 잔재들이 남아 있다. 지심도 곳곳에 포진지, 탄약고, 욱일승천기 게양대 등이 흩어져 있다. 탄약고를 활용한 작은 역사박물관은 아기자기하게 지심도의 역사를 한눈에 볼수 있게 한다. 사람이 들어오면 불이 켜지고 전시물을 볼 수 있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이다. 독도만큼은 아니지만 지심도도 역사를 알 수 있는 명소라 여겨 진다. 야외공간을 활용하여 각종 전시물을 배치하는 것도 지심도의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조선해양문화관의 우리땅 독도 사진전을 이곳에 펼치는 것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다. 지심도에서 우리땅, 독도를 생생하게 느껴보는 것도록 하는 것이다. 지심도를 작은 밖가 전시공간으로 꾸미도록 하자. 지심도의 상징물로 대형 국기를 게양하여 사방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겠다.

▲ 지심도 산책로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해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 유치환 : 깃발

只心島 지심도에서 비오는 날 “봄비가 보슬 부슬 내리는 지심도는 새가 소닥거리며 숲에 머물고 있다. 비맞으며 나 자유롭네”라는 싯구를 손전화에 담아 보냈다. 돌아오는 배안에서 사람들의 얼굴에서 지심도를 다시 한번 오고 싶다는 바램이 묻어 난다. 보고있어도 보고싶은 사람처럼말이다.

▲ 지심도를 떠나오며

윤원기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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