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현동 상징탑 위 삼거리 인근 시청진입로 도로변 절개지에 식재된 협죽도.

“이 나무가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6000배나 많다는 그 협죽도입니까. 친구 집 정원에도 이 나무가 있고 도로변 절개지서도 흔하게 보던 나문데…. 이렇게 위험한 나무는 시 차원에서 식재 실태를 파악해 제거하고, 다른 수종으로 갈아야 할 것 같습니다”

1주일에 두 세 번은 계룡산을 오르내린다는 K(62.장평동)씨가 고현동 분수탑 위쪽 절개지에 흐드러진 꽃을 피우며 줄지어 심어져있는 협죽도를 가리키며 혀를 찼다. 그 많은 수종을 두고 왜 하필 저렇게 위험한 나무를 심었느냐는 볼멘소리도 했다.

맹독성 물질의 대명사인 ‘청산가리(시안화 칼륨)’보다 무려 6000배나 더 강한 독성을 지녔다는 협죽도. 관상용 식물인 협죽도는 아파트단지나 도로절개지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나무로, 7~8월에 복사꽃 같은 붉은 꽃을 피우는 탐스런 나무지만, 잎 줄기 뿌리 꽃까지 모두 알칼로이드 계열의 ‘강심배당체(cardiac glycosides)’라는 독성물질을 지닌 유독식물이다.

▲ 협죽도 꽃

협죽도 가지를 꺾어 나무젓가락으로 사용한다거나 잎이나 꽃을 따서 씹는다면 바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매우 위험한 식물이다. 꽃이 핀 가지를 꺾어 냄새를 맡거나 볼에 살짝 비벼도 엄청난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심지어 협죽도 나무가 불에 탈 때 나는 연기를 마셔도 중독될 수 있다. 실제로 제주도로 촬영 갔던 여배우가 협죽도 꽃을 꺾어 볼에 비볐다가 얼굴이 퉁퉁 부어 촬영을 포기한 사례도 있고, 수학여행을 간 학생이 협죽도 가지를 꺾어 나무젓가락으로 사용하다 사망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협죽도를 두고 최근 인근 지자체마다 제거작업을 위해 난리다. 이 나무가 기온이 따듯한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 주로 분포하고 있고, 탐스런 꽃 때문에 도로 절개지나 공원 등에도 관상용으로 많이 식재했기 때문이다.

통영시의 경우 지난 97년 북신만 해변공원 일원에 100여그루를 식재했다가 유독식물로 알려지면서 7년전 협죽도의 독성을 알리는 간판을 설치했고, 최근에는 아예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울타리까지 쳤다. 남해군도 협죽도를 정부권장 가로수로 지원받아 해안도로변에 심었다가 지금은 식재실태를 파악해 제거작업에 들어갔다.

거제시에도 이 협죽도는 곳곳에 늘려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 내 도로변과 고현동 시 상징탑 인근 절개지에 식재된 협죽도가 대표적 예다. 심지어 시내 아파트나 도로변 소공원, 고현천변에도 이 협죽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부면 도로변에 있는 협죽도는 거제시가 작은 표지판을 설치해 협죽도의 맹독성을 환기시키고 있지만, 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사람은 드문 편이다.

장평동 K모씨는 “꽃이 예쁜 관상목으로만 알았던 협죽도가 사람에게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유해식물이라는데 놀랐다”며 “정부조차 유독식물인줄 모르고 가로수로 권장까지 했다니 지금까지의 식재자체를 탓할 수는 없지만, 이제라도 정확한 식재식태를 파악해 전부 제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제시관계자는 “협죽도가 도로변 절개지 등에 자생하거나 일부는 식재돼 있는 상태지만 언제 얼마큼을 심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라며 “조만간 식재실태를 파악해 꽃이지는 가을쯤에는 뿌리까지 파내 파쇄 시킨 뒤 전부 소각처리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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