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기와 강호동, 이승삼, 김정필, 이태현, 최홍만 등으로 대표되던 민속씨름은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이면 구름관중을 유치하던 인기종목 이었지만 더 이상 씨름을 인기종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씨름선수들을 격투기 시장에 빼앗겨 버렸다.

이렇게 된 원인은 결국 기업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1997년 IMF전·후, 씨름단을 대책 없이 해체 시킨 것과 선수들의 목표의식 즉, 선수로서 기술개발 및 자기관리 등 의식부제 그리고 씨름의 연구개발 부족으로 씨름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씨름연맹 운영 등 많은 것들이 부과되어 씨름이 국민적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민속씨름 재건을 위해 많은 체육인들의 노력으로 2012년 4월부터 ‘씨름진흥법’이 시행되면서 음력 5월5일 (단오일)을 씨름의 날 지정, 프로 씨름단 창단, 학술지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등 씨름진흥을 위한 법적 제도가 마련돼 현재 ‘프로씨름 재건’과 ‘씨름마을 건립’을 위하여 위원회가 조성되고 씨름승단제도를 만드는가 하면 각 지자체가 여자씨름을 창단하면서 모래판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나라 전체가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경기인 씨름의 부활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친 가운데, 거제에서도 씨름을 살리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돼왔다. 그동안 거제시 씨름연합회는2014년 제7회 전국大천하장사대회를 거제에 유치하여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여름, 윤 경호 감독이 이끄는 거제시 선수단은 제1회 알프스 하동제첩축제와 제7회 국민생활체육 경남여자장사씨름대회에서 두 대회 모두 남·여 정상에 올라 거제 씨름이 명실상부한 경남최강임을 입증했다.

윤 경호 감독의 열정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대통령배 2015년 전국 씨름 왕 대회에 출전한 경남대표팀을 13년 만에 전국모래판을 평정하는 종합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이렇게 씨름의 부흥을 위하여 구슬땀을 흘리는 윤 경호 감독은 화려한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2010년, 고향거제로 내려와 여자씨름 창단에 남은 인생을 걸었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에 너털웃음을 짓지만 눈은 먹이를 노리는 호랑이처럼 매섭다.

호주천하장사·백두장사로 한국 씨름을 대표했던 윤 경호 감독(43. 거제시 씨름연합회 전무)은 여자씨름에 정열을 불태우고 있다. 그는 여자씨름을 발전시켜 추락한 씨름을 다시 일으키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하루에도 몇 번이나 되풀이 한다. 은퇴 후에 그가 다시한번 투지를 불태우는 것은 여자씨름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또 여자씨름은 민속씨름의 실패를 거울삼아 롱런할 수 있는 종목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청년의 뜨거운 가슴으로 다시 돌아간 도전자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자씨름이 1983년 전북옥구에서 벌어졌다는 기록은 있으나 고증되지 않았고 해방 후 전남 구례, 경북 안동과 경주, 경남울산과 진주에서 흥미본위로 번외경기로 가끔 열리는 것이 고작이었다.(경향신문89년11월1일) 이후, 여자씨름대회 소식이 간간히 매스컴을 타지만 아직은 미미하다. 여자가 씨름을 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과 환경이 어딘가 덜 무르익은 것이다.

복싱, 태권도, 레슬링 같은 격렬한 투기종목에서도 여성들이 광범위 하게 활약하는 오늘날이다. 이미 세상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인데 씨름이라고 해서 스스로 경기를 즐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균형 있는 신체발육으로 이상적인 몸매를 가꾸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하는 씨름이라면 더욱 그렇다.

모래판 여걸 수백 명이 모여 펼치는 여자씨름은 남자씨름에서 볼 수 없는 재미가 있다. 팬들의 입장에서 보면 여자씨름은 시원하다. 경기가 속전속결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씨름 팬들은 샅바싸움이나 질질 끄는 것을 싫어하는데 여자씨름은 승부가 빠르고 샅바싸움이 없다. 또 최근에는 기술이 남자선수들 급으로 많이 향상돼서 기술씨름이 가능해 졌다. 배지기 뒤집기 등 큰 기술을 통한 호쾌한 승부가 많이 벌어지고 이것이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여자선수들은 남자선수들과 달리 몸이 유연해서 늦게 시작해도 기술 습득이 빠른 것이 장점이다. 과거 남자프로씨름은 무제한으로 체중을 늘릴 수 있었고 이것이 씨름을 무너지게 한 가장 큰 원인이었다. 결국 남자씨름은 기술 없는 덩치 큰 선수들의 느린 리그로 전략했고 팬들은 씨름판을 떠났다.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 여자씨름은 체급을 두고 최고 중량도 80Kg이하로 제한했다

단언컨대 지금은 여자씨름이 대세다. 왜냐하면 여성씨름단창단과 더불어 선수들이 TV화면을 통해 중개되면서 거제시의 브랜드와 지역특산품등이 함께 홍보되고 관광객 증대에도 큰 몫을 차지하는 등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성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은 모성애가 강하다고 하는 붉은 원숭이의 해이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여자 씨름단창단, 원년의해로 거제시가 다시한번 출발하는 2016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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