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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멸치회로 입맛을 되찾다
‘외포 봄 멸치’
[탐방] 손영민의 풍물기행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칼럼니스트

   
 
거제 장목면 외포 항에 가면 봄의 별미가 있다. 다른 지방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봄이 되면 봄 멸치가 풍년을 이룬다.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봄 멸치로 젓갈을 담는 것은 예부터 주부들의 한해 농사와 같은 일이었다.

그러다가 이 씨알이 굵은 생멸치의 뼈를 발라내고 회로 먹기 시작하였고 멸치구이와 찌개로 멸치 삼종세트로 만들어 먹은 것이 거제 사람들이다. 지금은 이 맛을 보고자 전국에서 봄날이 되면 외포 항으로 미식가들이 모인다. 하지만 다른 생선에만 익숙한 사람들은 멸치 살이 흐물흐물하여 이 맛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봄이 되면 한번은 먹어 볼만하다.

   
 
또 이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봄이 되면 대금산 진달래 꽃구경도 하고, 멸치젓갈도 마련할 겸하여 입맛을 돋우는 멸치를 먹으로 외포로 온다. 지난 주말 외포항에 나가보니 은빛 자자한 몸통의 멸치 씨알이 굵고 살찌다. 대게 멸치하면 바짝 마른멸치를 떠올리지만 거제사람들에겐 멸치는 생물 그대로 만나는 멸치가 진짜 멸치다. 갓 잡은 멸치는 회 무침으로, 소금구이로, 조림으로 상추쌈과 거듭난다.

멸치를 회로 먹는다고 하면 다소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봄 향기 가득한 이즈음, 뼈를 발라낸 큼직한 생멸치 살에다 미나리, 쑥갓, 시금치, 양파, 쪽파, 고추를 듬뿍 넣고 잘 익은 고추장 식초로 버무린 멸치 회 무침 한 젓가락 입에 넣고 씹으면 혀끝에 녹아드는 새콤달콤한 멸치의 싱싱한 육질, 깔끔하고 고소한 맛에 남녀노소 없이 반하고 만다. 때문에 싱싱한 외포 멸치회 한 접시면 외포 막걸리 한 동이는 거뜬히 비운다.

   
 
4월 말경에 외포 앞바다에서 대대적으로 잡히는 멸치는 이른바 회를 만들어 먹는 일명 ‘봄멸’이다. 예전에는 봄에만 산란을 위하여 근해에 들어오는 멸치를 잡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배가 장비가 좋아서 먼 바다에서도 1년 내내 잡을 수 있다. 그런데도 이멸치를 여전히 ‘봄멸’이라 부르고 있다.

멸치 회는 이른 봄부터 9월까지 먹을 수 있다. 하지만 3월에서 6월 사이에 먹는 멸치회가 가장 맛이 있다. 멸치 회를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싱싱한 생멸치를 골라 배를 갈라 뼈와 내장을 발라내고 머리를 떼어낸 뒤 소쿠리에 담아 막걸리와 함께 문질러 비늘을 제거하고 깨끗한 물에 씻은 뒤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는다. 그러면 씹히는 듯 마는 듯 살캉한 멸치 회 무침에 입맛 돌고 새콤한 식초맛과 부드러운 붉은 살점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멸치 회는 신선도와 비린내 제거가 생명. 또한 고추장과 식초 등 양념이 감칠맛을 좌우한다. 매운탕에는 방아 잎을 넣어야 제 맛이 나듯이 멸치 회에는 미나리와 배를 넣어야 궁합이 맞다. 비린 맛을 싫어하는 사람은 상추와 깻잎, 미나리에 싸서 먹으면 개운하다.

   
 
그리고 멸치 회와 더불어 멸치 쌈도 그 맛이 일품이다. 굵은 생멸치를 조려서 상추에 싸서 먹으면 봄여름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이다. 멸치의 뼈를 발라내고 머리와 내장을 떼어내고 비늘을 손으로 훑어서 벗겨내고 막걸리로 깨끗이 씻은 다음 바닥이 넓은 냄비에 물을 조금만 넣고 고춧가루와 진간장을 넣고 마늘을 찍어서 자작하게 조린다. 이것을 상치에 싸서 먹으면 그 맛이란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 연탄불에 구은 노릇노릇한 멸치구이는 외포막걸리와 찰떡궁합이다.

멸치회는 원래 외포멸치잡이 어부들이 새참이나 조업 후 밥반찬으로 먹는 것으로부터 유래 되었다고 한다. 장어통발 배 선원들은 선상에서 작업을 할 때 장어 국을 주 반찬으로 먹었지만 멸치잡이 유자망(배를 이용하여 바다에서 이동경로에 그물을 쳐 잡는 방식)선원들은 멸치조림과 바가지에 무친 멸치 회를 반찬을 먹었다.

멸치회의 참맛을 느껴보려면 외포 항을 찾으면 된다. 먹을거리만큼 볼거리도 많다. 수협외포출장소에 따르면 연간 외포항에 입하되는 멸치만 약1.300여 톤이며 거의 전량이 생멸치로 시판된다고 한다. 그만큼 멸치는 외포의 중요한 수산물이다.

외포 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싱그러운 바다 냄새, 포구를 오가는 작은 어선들과 한가로운 갈매기 때. 횟집주인과 젓갈장수들의 호객행위, 포구 방파제 한편 좌판에서 벌이는 막소주 파티의 흥청거림. 봄철이면 여기에 한 가지 즐거움이 더 추가되는데 바로 봄 멸치다.

   
 
봄철 외포 항을 찾는다면 멸치 회 맛보기가 필수다. 한창 제철이기 때문이다. 외포 항에서는 멸치 중에서도 10cm 크기의 왕 멸치가 잡혀 올라온다. 그리고 이때쯤이면 포구 방파제 횟집마다 멸치 회 개시 간판을 내걸고 포구에는 생멸치나 멸치젓을 사러 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포구를 감싸듯 늘어서 있는 좌판에는 킬로그램 단위로 통에 담긴 멸치젓이 쌓여 있는 것도 이즈음 외포항의 독특한 풍광이다.

멸치젓은 멸치를 소금에 절여 삭힌 젓갈로 새우젓과 함께 가장 많이 이용되며 구수하고 달착지근한 맛을 낸다. 보통 5~6월에 잡히는 멸치가 가장 잘 숙성되므로 멸치젓은 이때 담그는 것이 좋다. 생 멸치와 소금의 비율은 10:6으로 하여 항아리에 멸치와 소금을 한 겹씩 번갈아 담고, 맨 위에는 소금을 하얗게 얹어 멸치가 보이지 않도록 한 다음 공기와 접촉되지 않게 잘 밀봉한다. 멸치젓을 고를 때는 뼈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푹 삭아 비린내가 나지 않고 달착지근한 맛을 내는 것을 고른다. 거무스름한 맛을 내면서도 붉은 빛이 도는 것이 좋은 젓갈이다.

   
 
포구에는 이색 풍물인 멸치털이 장면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멸치는 그물 한쪽 끝을 양쪽으로 서로 당기면서 털어 내야만 그물에서 떼어 낼 수 있다. 털어낸 멸치는 뒤편 그물에 쏟아 붓는데 멸치를 터는 한편에선 포구의 아낙네들이 멸치를 주어 담느라 바쁘다.

“봄 멸치 조업은 보통 외포항으로 부터 약 20Km 해상에서 이뤄지는데 멸치 회는 거제일대에선 사철맛볼 수 있지만 역시 멸치털이배로 제철에 잡은 봄 멸치를 산지에서 신선할 때 먹는 것이 가장 맛있습니다.” 멸치털이 배 대길호 (9.77톤 )선장 김정훈씨의 외포 봄 멸치 회의 자랑이다.

외포멸치는 봄 멸치(3~6월)와 가을 멸치(9~11월)로 크게 나뉜다. 외포에서는 멸치가 제철을 맞는 봄. 가을 모두 멸치 회를 판매하지만 그중에서도 횟감은 비교적 씨알이 작고 맛도 담백한 봄 멸치를 더 꼽는다. 굵고 지방질이 풍부한 가을 멸치는 구이나 찌개용으로 적합하다.

멸치배가 입항하는 시간을 알아둔다면 보다 싱싱한 멸치를 즉석에서 구입하는데 유리하다. 보통 아침 9시나 저녁5시를 전후해서 배가 입항한다.

   
 

@여행정보

-김영삼 대통령생가·기록전시관(문의: 거제시 관광과 055-639-4174)-
김영삼 전 대통령의 학창시절, 중학교 자취방 등 거제에서 생활하던 어린 시절의 모습과 최연소 국회의원 및 민주화운동을 펼쳤던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다.

   
글·사진: 손 영민/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칼럼니스트
-맛집-
외포항에는 봄 멸치 간판을 건 횟집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효진횟집(635-6340)중앙횟집(055-636-6026))등은 KBS, MBC, SBS방송국의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한 맛 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일본 관광객들에게도 꽤 알려져 있는 명품 횟집이다. 외포방파제 입구에 위치한 50년 전통의 외포양조장(055-636-6055)에 들러 우리 쌀로 빚은 생먁걸리를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산품 판매점-
거제도 외포멸치(대림수산. 055-635-7058)는 멸치액젓과 마른멸치를 직접 생산 가공하며 전국으로 택배로 배달한다. 또 해녀 배를 운영하는 자연산 해산물(055-636-1800)집은 외포앞바다에서 해녀가 잡은 각종해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집이다.

글·사진: 손 영민/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칼럼니스트

 

뉴스앤거제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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