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연 윤원기 /수자원공사

가을밤의 남부지역을 보고 싶어 동료들과 함께 자동차로 드라이브를 했다. 여름의 교통체증이 사라진 한가하고 적막한 도로를 달렸다. 도로를 따라서 간간히 서있는 펜션 안내간판이 반짝였다. 바다쪽의 펜션들은 이국적인 정취를 풍기고 있었다.

캄캄한 하늘에 별들이 총총히 떠있다. 지세포, 와현, 구조라를 지나서 학동에서 잠시 멈추었다. 우리 모두는 해변가를 서성였다. 어두운 바다가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는 몽돌을 만나서 차르르 차르르 차분하고 신비하다. 바람이 제법 차가웠다. 몸이 저절로 웅크려진다.

거제에 온지 2년된 선배가 소리쳤다. 맞은 편에 배가 가고 있다고... 바람의 언덕이 있는 도장포가 밤배처럼 선명하게 들어왔다. 어두운 바다를 항해하는 모습이었다. 그 배가 지나가면서 일으킨 파도가 학동해변가에 밀려오는 듯했다. 위대한 발견이었다.

검은 빛 바다위를 밤배 저 밤배
무섭지도 않은가 봐 한없이 흘러가네
밤 하늘 잔별들이 아롱져 비칠 때면
작은 노을 저어 저어 은하수 건너 가네
끝없이 끝없이 자꾸만 가면
어디서 어디서 잠들텐가
아 볼 사람 찾는 이 없는 조그만 밤배야 / 밤배-둘다섯

저 배는 낮이 밝으면 어디로 갈 것이다. 태평양바다로 유유히 항해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바람의 언덕 풍차를 가져가는지 걱정되었다.

캄캄한 어둠, 밤하늘, 별빛, 파도소리, 바다바람, 먼 불빛...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거제에서 만난 자연의 경외였다. 또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이곳의 밤풍경이 활발한 낮풍경만큼 감동을 가져왔다.

거제의 대표 관광지는 바람의 언덕과 학동몽돌해수욕장이다. 두 곳은 마주 보고 있다. 바람의 언덕에서 학동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볼 수 있다. 학동에서는 바람의 언덕이 멀리 보인다.

바람의 언덕이 있는 도장포를 아름다운 밤배로 꾸민 거제 사람의 생각과 상상 그리고 실천에 감사하다. 적막이 흐르는 가을밤에 선배의 위대한 발견에도 감사하다.

거제의 가을밤도 아름답더라. 겨울밤에 한번 더 찾아 오리라. 눈오고 달뜬 날에...

▲ 바람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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