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설관리공단노조 임원들이 20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공단이사장의 직원 폭행 사실에 대해 제보하고 있다

거제시시설관리공단 원모 이사장이 공단 직원을 폭행한 사실이 불거져 파문이 일고 있다. 시설공단노조(위원장 박형국)는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추이가 주목된다.

공단노조에 따르면 이사장의 직원 폭행은 지난 17일 오후 3시30분께 발생했다. YS 기록전시관에 근무하는 직원 두 명 중 한명을, 전시관 외부 주차장에서 폭행했다는 것이다. 거가대교 개통 효과로 엄청난 차량들이 밀려들던 시점에서, 이사장의 폭행 현장은 관광객들이 고스란히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형국 노조 위원장은 20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주차관리로 직원들이 바빴던 상황이었는데, 한숨을 돌리기 위해 직원들이 잠시 차 한 잔을 하며 쉬던 것으로 안다”면서 “음주를 한 것으로 보이는 이사장이 직원 B모씨의 뺨을 때리고 정강이를 걷어찬데다 사직서를 쓰라며 폭언까지 퍼부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 등 노조 임원들은 사건이 발생한 금요일 이후 주말 이틀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이사장의 어떤 입장 표명도 없는데다,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으나 별다른 조치가 없어 언론에 알리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노조 임원들은 직원 폭행장면이 담긴 CCTV 녹화분도 확보해 둔 상태로 수사 의뢰 여부도 저울질 중이다.

박 위원장은 “공기업의 수장이란 분이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곳에서 직원에게 폭행과 폭언을 퍼부었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사장은 이번 일의 책임을 지고 반드시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특히 현 이사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노조 차원의 집단 행동도 벼르고 있어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 한 관계자는 “하필 연말 경영평가를 앞둔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해 외부에 공개할지 여부를 두고 노조도 고민이 컸다”면서 “폭행을 당한 직원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이번 일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판단에서 언론에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3년 임기로 임용된 원모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연임해 5년째 시설공단이사장을 맡고 있고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두고 노조 전임 집행부와도 마찰을 빚었었다. 노조 전임 집행부도 현 이사장의 연임 불가를 주장하며 지난 2008년 말 집단 행동에 나선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원모 이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거가대교 개통으로 인해 차량들이 너무 밀려들어 시설관리에 애로가 컸다. 저 역시도 일요일까지 출근해 포로수용소공원 등을 둘러봤다”면서 “그 직원의 근무상태가 좋지 못한 것 같아 나무란 것인데 제대로 수용하지 않아 흥분된 상태에서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원 이사장은 또 “현장 일손이 부족해 금요일부터 직원 2명을 증원해 YS 기록전시관에 파견하는 등 나름대로 시설관리를 위해 애썼다”며 대낮 음주 여부에 대해 “혈압이 높아 얼굴이 자주 붉어진다. 그 당시 술을 마신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폭행 당한 직원에 대해서도 “일요일에 사무실로 올 것을 알렸는데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문제가 된 원모 이사장은 공무원 정년퇴임 직전 시청 총무국장 재직당시 공무원노조 서울행사에 참석한 노조원 2명에게 '불참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폭행을 가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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