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록 문집 : 거제학자(巨濟人) 동록(東麓) 정혼성(鄭渾性)은 거제시 거제면 반곡서원(盤谷書院) 內, 동록당에 안치되어 있으며, 매년 춘3월 첫 정일에 거제 유림들이 반곡서원(盤谷書院)의 우암사(송시열)와 함께 제사를 올리고 있다. 거제도 역사상, 조선시대까지 한시(漢詩)로 문집을 남긴 거제도 토박이로서는 유일하신 분이다.

정조 기해인 1779년에 출생하였으나, 돌아가신 년대는 알 수 없다. 그는 한평생 은사(隱士, 자연과 함께 조용히 사는 선비)로 살면서 자연의 이치를 연구하고 많은 글을 남겼다. 그의 글은 대부분 초서(草書)와 해서(楷書)로 글씨체가 아름답고 유순하며 지나침이 없는 그의 생활과 닮아 있다.

동록문집은 첫 장이 남아 있지 않아, 남애 안춘근 선생(安春根先生)이 다른 종이쪽지에 써서 앞표지에 붙인 외제(外題), 즉 앞표지를 만들어 붙였다. 다음 장에는 자연과 우주 음양의 조화 등을 도교적 관점에서 간략하게 표현한 글이 있고, 그리고 우조운묘(遇朝雲墓) 집구(集句)중국인 崔顥(최호)의 黃鶴樓(황학루) 8수, 집고구성지(八首集古句成之), 장가구(張可久) 일반아(一半兒) 2수와, 마지막편에는 정혼성(鄭渾性) 시(詩) 산곡(散曲) 7편(8首)이 차례로 수록되어 있다.

동록 선생은 일생동안, 빈곤에 개념치 않았고 마음을 넓고 편안하게 하면서 오로지 학문을 좋아하여 깊은 숲과 계곡 속(계룡산 선자산 일대)에 깊이 파묻혀 이 세상에서 별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 학문은 종조(6촌 할아버지)되는 이에게 친히 배웠다한다. 학문의 도를 닦는 데는 이성(理性)과 정성을 다하여 물체와 합치되는 조화로움에 그 기반을 두었다.

추사 김정희와는 동시대인(同時代人)으로서 김정희가 동록문집을 읽고 감탄하여 7언절구 시 한편을 남긴 ‘題鄭東麓渾性文集後’ 찬사의 글이 전해지고 있고, 또한 중국인 심평향(심진)이도 동록의 시와 글씨를 보고 피와 생활이 모두 군자라고 하였다(東麓生活與瘀血皆謂君子).

동록 정훈성은 거제의 유림이나 사회에서 정군자(鄭君子)라 호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그에 대한 많은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또한 선생(先生)은 거제시(巨濟市) 거제면(巨濟面) 명진리(明珍里)에서 살았으며, 그가 제자를 가르친 곳은 거제면 녹동(鹿洞), 사슴골이라 전한다. 많은 제자(통영, 고성출신 포함)를 양성했고 글씨가 명필이었으나 벼슬은 못했다.

자손이 없어서 행장을 만들지 아니했다는 것과, 무덤이 신현읍 금곡(金谷)에 있다가 이장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며(여기 묘를 썼다가 독봉산으로 이장했다는 말도 있다) 도학자였으나, 소생이 없었고 애자(愛子, 양자)는 있었다 전한다.

그의 문집 곳곳에 자연의 이치를 도교적인 사상과 접목 시켜 표현하고 있다. 거제의 지성인으로서 자랑스런 분임에 틀림없다. 거제 반곡서원 동록당에 모셔진 선생의 위패를 그리며, 거제의 정신과 이상을 실천하신 동록 선생께 삼가 존경의 념(念)을 바친다. 지면 관계상 그 의 문집에 담긴 시(詩) 2편을 먼저 소개한다.

美人春睡(미인춘수, 미인의 봄 잠)
梨花雲繞錦香亭 구름에 쌓인 배꽃, 금향정(錦香亭)에서
蝴蝶春融軟玉屛 봄빛에 어울린 나비, 아름다운 병풍도 보잘 것 없네.
花外鳥啼三兩聲 꽃 너머 새 울음, 두서 번 소리에
夢幼驚 一半兒昏迷 一半兒醒 꿈속 아이 놀라는데 반은 혼미하고 반은 깨어 있는 듯,

[주] 금향정(錦香亭) : 아름답고 향기로운 정자, 중국 고전 연애소설 "금향정기(錦香亭記)" 내용 中, 주인공 남녀가 처음으로 만나 가연을 맺는 후원의 정자를 일컬음.

崔顥(최호)의 "黃鶴樓(황학루)" 詩作(시작, 시의 첫 글귀로 사용했다) 八首(8수)集古句成之(집고구성지, 옛 글귀를 모아 만들었다) 중, 2수(首) 소개.

黃鶴一去不復返 황학은 한번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데도
白雲長在水潺潺 흰 구름은 하늘에 언제나 떠있고 물은 잔잔하다.
如何一諷神仙事 어찌하랴, 오로지 풍자 한 것은 신선의 일인지라,
却望千山草色閑 문득 수많은 산을 바라보니 풀빛만 한가롭네. 
城下烟波春拍岸 성 아래 난만한 춘색이 언덕을 두드리고
湖中西日倒銜山 호수 위 석양에 기운?태양 함산(銜山)으로 넘어간다.
?帆去悼殘春裏 바삐 돛을 달고 가다 마음이 아픈 건, 늦봄 때문인가
飛鳥空慙倦來邊 날아다니는 새 고달프게 찾아와 주니 속절없이 부끄럽네.

선생의 철학은 노자의 무위자연(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사상과 퇴계 이황선생의 윤리도덕을 중심으로 하는 주리설(主理說)에 그 바탕을 두어, 아래와 같은 세 가지 말씀을 남기셨다.

첫째, 맺고 풀지 말라(속박이나 집착에서 벗어나라) : 莫結脫(막결탈).
둘째, 늘 한가운데 자리 할 때 그 마음을 비우고 겸손하라. : 中虛其心(중허기심).
셋째, 세상의 이치는 음양의 조화로움에서 기인한다. : 道消化陰陽(도소화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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