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거제면 법동리에는 조선말 법동리 북쪽에 '고당(姑堂)리'가 있었고, 이 정자(亭子)가 세워질 시기에 '하미정' 인근 마을을 '하당(荷堂)' 또는 '하미(荷湄)'라 불렀던 것으로 보인다. 정자(亭子)의 이름이 '하미정(荷湄亭)'이라 불린 것은 양하미(揚荷湄), 즉 ‘물가에 연꽃이 날린다’란 뜻임을 알 수 있다.

법동리 곽(郭)씨 집안은 중국 송나라 때 고려로 귀화 한, '곽경'과 그리고 의병장 곽재우 장군의 후손으로 임진난 이후에 '곽수봉' 선생께서 '법동리 율리'라는 작은 마을에 정착 한 후, 학문에 대한 명성이 알려져 '하미정을 세웠다고 석초 곽종택의 한시(漢詩)에서 소개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당산제'나 '별신제'를 지냈다고 한다. 하미정에는 곽종택(郭鍾澤) 외에도 곽영선(郭英善), 곽도순(郭度淳), 곽홍곤(郭洪坤)의 글도 있어, 곽씨 집안의 화려했던 지난날의 문맥(文脈)을 엿볼 수 있다.

'하미정'(荷湄亭) / 곽홍곤(郭洪坤)?
村名自昔?荷湄 촌명(村名)을 예로부터 '하미'라 불렀는데
卜建斯亭的?之 정자를 세울 자리로 마침 정한 이곳은,
花枝爲遂春先到 꽃 달린 가지 두루 피어, 봄이 먼저 도착하고
?玉山高月上奇 구슬이 부딪히듯 높은 산에 떠오른 달이 기이하다.
水沮石防?起地 저지대 습한 땅을 방죽으로 막아 바뀐 옥토의 땅에,
雲深松秀古采基 구름 덮인 빼어난 소나무 고상한 풍채 돋보인다.
追先福後心關事 선조를 추모한 후, 복(福)이 옴은 다 마음에 관한 일이니
餘蔭子孫繼世支 자손은 여음(餘蔭)을 이어받아 자손대대 보전할지니..

[주] 여음(餘蔭) : 선조(先祖)가 쌓은 공덕(功德)으로 자손(子孫)이 받는 복.
해설 : 위 시를 쓴 곽홍곤(郭洪坤) 선생에 따르면, 선조께서 이 곳 '하미'(荷湄)에다 정자를 세운 것은, 봄소식이 빨리 오고 아름다운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 있으며, 산위에 뜬 달이 수정처럼 맑고 훌륭하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그 다음에 언급한 말씀에, 방죽(둑, 돌로 쌓아 만든 제방)을 만든 습지가, 벼가 자라는 옥토로 바꾼 곳에 오래된 소나무 한그루가 늠름한 모습으로 서 있다고 한다. 당시 주위의 풍경을 나타낸 듯하다. 정자(하미정)를 자손대대로 지켜, 선조의 덕(德)과 유훈을 이어가라고 한다.

'하미정' 차운하여 次荷湄亭韻 / 석초 곽종택(石蕉 郭鍾澤)
荷堂亭子揚荷湄 "하당" 정자 물가에 연꽃이 흩날리니
多士彬彬共賀之 훌륭한 많은 선비들이 한가지로 축하한다.
水月如珠當擥白 물에 뜬 달은 구슬 같이 밝게 빛나고
雲山幻盡八簾奇 구름 낀 산이 모두 변해 여덟 개의 주렴인양 기이하구나.
閑情不讓輞川業 한가로운 심정에 망천의 일 사양하지 않으려,
追跡還同栗里基 쫓아 다시 돌아와, 율리 마을에 자리를 잡았다네.
地遇賢人名自著 우연히 현인을 만나니 명성이 절로 알려졌도다.
先生遺蹟後生支 선생의 유적을 후대에도 길이 보존하리라.

[주1] 하당(荷堂) : 조선말에는 거제면에 '법동리' 북쪽 '고당(姑堂)리'가 있었고, 고당리 하미정이 있는 부근을 '하당(荷堂, 연꽃이 피어있는 곳)'이라 불렀다. 마을 부근 넓은 습지에 연꽃이 만발했던 지난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주2] 망천업(輞川業) : 당나라 왕유(王維,701~761)는 31세인 731년에 아내를 잃고 홀로 살았는데, 어머니 병세가 위중하여 벼슬을 그만두고 종남산 기슭 망천별업(輞川別業)에서 은거한 때가 그의 나이 50세이었다. 망천장에서 최소 3년을 칩거하며 지은, 주옥같은 20수의 시가 망천집에 전한다. 시(詩)와 선(禪)에 소요하며 읊은 시들이다. 왕유(王維)는 어려서부터 시재가 뛰어났으며, 두보(詩聖),이백(詩仙)과 더불어 시불(詩佛)이라 칭송되며, 또한 당대 전체를 대표하는 산수전원시인이기도 하다. 음악과 시화에도 뛰어났으며, 특히 수묵화에는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으며, 남종화의 시조로도 추앙 받는다. 당, 송 8대가의 한명인 소식(蘇軾:東坡)은 그의 시화를 “詩中有畵,畵中有詩”라 극찬했다.

위 시(詩)는 보름달이 막 뜬 초저녁에 쓴 글이다. 바다 위에 막 떠오른 보름달이 맑고 깨끗 구슬 같이 빛난다. 안개와 구름이 덮인 어스름한 저녁, 밝은 보름달 아래, 앞에 보이는 여덟 개의 산(山)마다 문에다 거는 주렴(발)을 친 듯, 구름이 걸린 광경이 아름다웠으리라..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저작권자 © 뉴스앤거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