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정서(鄭敍)는 1157년 의종 11년 2월12일에 동래에서 거제도 사등면 "오양역"으로 이배되어 1170년 정중부의 난 이후 복권되었다. 정서가 떠난 배소에, 고려 의종이 개경에서 축출 되어, 정서의 유배지인 오양역 부근, 둔덕기성으로 오게 된 역사적 사실이 있었다.

우리나라 유배문학의 효시인 "정과정곡"을 여기 거제도에서, 암담한 귀양살이를 겪으며 의종 임금이 불러 주기만을 기다리며, 세월을 보내며 지었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이배 된 거제도에서의 유배생활(13년)은 너무나 참담했다. 뭇 사람들의 천대도 그렇지만 스스로 삶을 영위하기위해 채소나 곡식을 일구어야만 했다. 이 때 절박한 심경에서 그리움을 겉으로 드러낸 원망과 회한의 노래가 "정과정곡"이다.

정서(鄭敍)의 정과정곡(鄭瓜亭曲). 거제유배 1157~1170년, 사등면 오양역.
향찰로 표기한 정서(鄭敍)의 <정과정(鄭瓜亭)> / 악학궤범(樂學軌範)

前腔 내 님믈 그리와 우니다니
中腔 山(산) 졉동새 난 이슷 요이다.
後腔 아니시며 거츠르신 아으
附葉 殘月曉星(잔월 효성)이 아시리이다.
大葉 넉시라도 님은 녀져라 아으
附葉 벼기더시니 뉘러시니잇가.
二葉 過(과)도 허믈도 千萬(천만) 업소이다.
三葉  힛마리신뎌
四葉  읏븐뎌 아으
附葉 니미 나 마 니 시니잇가.
五葉 아소 님하, 도람 드르샤 괴오쇼셔.

거제현에서의 유배생활은 알려진 게 별로 없으나 그의 관향이었던 동래보다는 훨씬 열악한 환경이었을 것이다. 그런 이의 사정을 지인(知人) "임춘(林椿)"의 시에서 엿볼 수 있다.

遷徙席不暖。옮겨간 자리는 따뜻할 날이 없는 (동래에서 거제도 이배)
所居如郵馹。역참 같은 곳에 살았다네. (사등면 오양역)
南中瘴霧深。남쪽 땅에 나쁜 기운을 품은 안개가 짙으니
可虞傷氣脈。기맥을 다칠 것을 염려할 정도였네
優游縱巖壑。할 일없이 가파른 골짜기를 돌아다니며
屢躡登山屐。언제나 나막신 신고 산에 올랐다지"

옛 우리 고유어 "오이밭"은 "외질괴" 라고 불렀다 한다. 이를 훈독하여 오이 '과', 밭 '전', 字를 따와서 "瓜田"이라 불리게 된 것이다. 거제시 하청면에는 "외질포(外叱浦,瓜田)이라는 지명이 아직도 남아 있다.  당시의 오이 "瓜"는 남부지방의 하늘타리를 일컫는다.<瓜亭, 瓜田>. 남부지방에서 먹는 오이는 '물외(水瓜)'라 불렀다.

南苽行 남고(남과)행. <鄭敍>정서 作.
[苽亭南苽。一本兩杈 。鳧園南苽。一蔓百花。皇皇者萼。秀發朝霞。于樊于落。籠絡一家。柔則驟長。甘則受和。如鞗如韋。曝之纚纚。]

["과정은 남쪽 외과이며 하나의 뿌리에 두 개의 가지로 갈라지며, '오원'(鳧園)은 남쪽 오이(하늘수박)이다. 한 덩굴에 온갖 꽃이 피어 빛나는 아름다운 꽃이다. 뛰어나고 훌륭한 아침노을이 울타리에 떨어진다. 한 집을 제 마음대로 둘러싸며, 부드러운 것이 길게도 뻗어가고, 단 것이 화한 맛을 받아, 코뚜레나 다룸가죽 같고, 햇빛을 계속 쬐인다." <정서>]

'오원'(鳧園)은 오리 동산이란 뜻인데, 당시 정서 선생은 오양천 작은 하천에서 노니는 오리와,  담장을 타고 초가지붕까지 오른 하늘타리에 만발한 흰 꽃이, 마치 동산에 노니는 오리의 모습과 흡사하다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당시 하늘타리는 태양(임금)을 사모하는 한결같은 신하에 비유되었다. 정과정곡(鄭瓜亭曲)이란? '한결 같이 임금을 그리는 정서의 노래'라 할 수 있다.

위 글은 정서가 적은 '南苽行 남과행' 中, '과정(苽亭)'은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많이 자라는 '한울타리'로 불리는 하늘수박(하늘타리)을 말한다. 울타리와 지붕을 여름 내내 덮고 푸른빛 과실이 익으면 황금빛으로 변하여 다룸가죽 같고, 그 줄기가 두 줄로 시작되어 뻗어간다. 열매를 과루(瓜蔞), 천질월이(天叱月伊, 천질타리:天叱他里: 조선시대), 덩굴손은 액생하고 선단이 둘로 갈라져 있다. 중부지방에서 자라지 않는 하늘타리를 '오이'로 착각하여 소개되었다.

그리고 오양에 역원을 둔 것은 당시 고려시대에는 바다를 건너 최단거리인 이곳에서 말이나 수레를 갈아타고 아주현 송변현 명진현으로 가장 빠른 시간에 도착 할 수 있는 최소시간이기 때문이며, 또한 역의 재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공해전이 필요 했는데 견내량에서 가장 가까운 근처에 하천과 들녘이 있는 지역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거제도는 유배자가 많아 견내량을 진선(나룻배)를 타고 오양포까지 건너와서 배소지로 이동했다. 거제 유배 문학 중에 진선(津船)으로 건너는 그때 심정과 풍경을 읊은 시가 다수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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