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은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인데, 조선시대 태양은 왕을 상징하고 달은 사악한 무리라고 믿고는, 사악함이 왕의 총기를 가리는 위험한 천변으로 생각했다. 근정전에 깃발을 꽂고 북을 치며, 왕이 직접 머리를 풀고 소복차림으로 전쟁의 모습과 유사한 구식례(救食禮)라는 제사를 지냈다. 또한 음악을 끊고, 형륙(刑戮)을 제거하고, 짐승의 도살을 금지하고, 조회와 시장을 정지시켰다. 조선 고종 때 형식적이라는 이유로 폐지되었다.

/ 1549년 명종4년 3월1일(음력)에 거제도에 개기일식이 일어났는데, 이때 마침 고현동에서 유배중인 정황(丁__)선생이 관측한 후, 상세한 기록을 남겨 전해오고 있다. [기유년(己酉年) 1549년 봄 3월 신미일 초하룻날, 하루시간 순서에 따라 오전7시 지나 11시전까지 한낮을 따라, 서쪽편 45° 방향에서 다가온 괴물에 해가 먹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태양빛의 근원이 막히니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이런 광경을 맞아 어이해야 밝아지게 될까 걱정했다. 비록 잔영이 비추었지만 밝게 빛나지는 않았다. 날씨가 어둡고 참담해졌으나 하늘의 전쟁은 계속되었다.

/눈동자를 바로잡지 못해 깜박여, 거꾸로 비친 물그림자(큰 그릇에 담긴 물에 비친 태양) 두고 일식을 재는데, 다행히 볼 수 있었다. 오직 별똥별의 해악에만 간절히 정성을 다했는데 하늘의 눈(해, 달)이 도리어 방해하니 밝지가 않다.

/별똥별이 어떤 물건인지 모르나 재앙이 생겨난다한다. 이후 비록 일식이 끝나더라도 태양은 앞전과는 다를 것이다. 빛의 색이 사라지면서 흐릿해 쓸쓸했다. 공자 맹자가 헛되이 늙어서 그 바퀴자국이 고리가 된듯하다.

/하늘의 일식은 남음이 없었고 이어 스스로 반쪽 모양 달을 토해냈다. 우주가 다시 밝은 빛을 내니 만물이 상쾌하고 깨끗하였다. /천하 누군들 복구된 온전한 태양을 우러러보지 않겠는가? 머리 들어 다시 보니, 둥근 바퀴가 새로이 빛나며 예전처럼 변함없이 넓은 하늘에 가득하다.]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저작권자 © 뉴스앤거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