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원기 |
마른 멸치볶음만 만나도 멸치요리를 다 맛볼 수 있는 거제 장목 외포항이 그립기도 하다.
거제에서 생산하는 마른 멸치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하다. 거제하면 멸치, 멸치하면 마른 멸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고향 거제도에서 잡은 멸치를 주로 선물했는데 ‘YS멸치’라 불렸다.
거제 어촌마을에 가면 멸치를 바다에서 잡아서 마른 멸치까지 만드는 과정을 손수 체험할 수 있다. 싱싱한 멸치가 뜨거운 물에 익혀져 맑은 해풍을 맞으면 말라가는 과정을 청정 그자체이다.
거제사람들은 학창시절에 마른 멸치나 볶아서 도시락 반찬으로 365일 먹었다고 한다. 고추장에 볶은 멸치는 보통이고, 멸치에 호도 등 다른 식재료를 썩어 볶았느냐에 따라 누구집이 잘살고 누구 집이 못살는가를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다른 지역사람들에게는 지금은 흔하지만 가끔 먹을 수 있는 꽤 비싼 반찬이었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집에서나 음식점에서 가장 흔하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밑반찬은 마른 멸치로 만든 볶음이나 무침, 멸치국물 국수 등이다.
멸치는 예부터 우리민족과 가장 친한 물고기중 하나다. 옛 문헌에 따르면, “1803년에 김려(金鑢)가 지은 ≪우해이어보 牛海異魚譜≫에도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는 멸치를 멸아(鱴兒)라고 하고, 이 멸아는 진해지방에도 나는데 본토박이는 그 이름을 기(幾:몇 기)라고 하며, 그 방언은 멸이라고 한다고 하였다. 1814년에 정약전(丁若銓)이 지은 ≪자산어보 玆山魚譜≫에 의하면 멸치를 한자어로 추어(鯫魚)라고 하고 그 속명을 멸어라고 하였다. 이에 의하면, 멸치는 불빛을 좋아하기 때문에 밤에 등을 밝혀 움푹 패인 곳으로 유인하여 광망(匡網)으로 떠올린다고 하였다.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 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한 그물로 만선하는데 어민이 즉시 말리지 못하면 썩으므로 이를 거름으로 사용한다고 하였고, 마른 멸치는 날마다 먹는 반찬으로 삼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중국과 우리 나라의 온(鰮)은 속칭 멸어라고 하며 회를 할 수 있고, 구워 먹을 수 있고, 말릴 수 있고, 기름을 짜기도 하는데 한 그물로 산더미처럼 많이 잡는다고도 하였다.”
굳어지기 전까지 저 딱딱한 것들은 물결이었다.
파도와 해일이 쉬고 있는 바닷속
지느러미의 물결 사이에 끼어
유유히 흘러 다니던 무수한 갈래의 길이었다
그물이 물결 속에서 멸치들을 떼어냈던 것이다
햇빛의 꼿꼿한 직선들 틈에 끼이자마자
부드러운 물결은 팔딱거리다 길을 잃었을 것이다
바람과 햇볕이 달라붙어 물기를 빨아들이는 동안
바다의 무늬는 뼈다귀처럼 남아
멸치의 등과 지느러미 위에서 딱딱하게 굳어갔던 것이다
모래더미처럼 길거리에 쌓이고
건어물집의 푸석한 공기에 풀리다가
기름에 튀겨지고 접시에 담겨졌던 것이다
지금 젓가락 끝에 깍두기처럼 딱딱하게 잡히는 이 멸치에는
바다가 있다 그 바다에는 아직도
지느러미가 있고 지느러미를 흔드는 물결이 있다
이 작은 물결이
지금도 멸치의 몸통을 뒤틀고 있는 이 작은 무늬가
파도를 만들고 해일을 부르고
고깃배를 부수고 그물을 찢었던 것이다.
- 멸치 김기택
멸치는 유자처럼 남해안 어느 곳에나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이다. 부산 기장에서는 멸치 축제를 열기도 한다.
거제는 전국에서 가장 맛있고 가장 깨끗한 마른 멸치를 생산한다. 마른 멸치를 주제, 소재로 한 요리대전을 열거나 요리레시피를 집대성하는 것도 거제를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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